기획이랍시고 내내 조마조마 해서(중간중간에 맥주 나르느라) 간담회는 잘 못 들었다.
음료 준비를 안했다는 핑계로 패널 테이블에 맥주 등을 날랐는데 별 효과는 없었다.
어차피 그럴 거면 몸에 좋은 쥬스로 할 걸.
담배를 피우게 했으면 좀 나았을까? BGM은 소프트하게? 빠른 비트로?
뒤에서 준비하면서 이런 생각을 주로 했다.
그런게 재밌는 것 같다.
말은 패널들이, 기록은 기자가 하는 거고 기획은 모름지기 그 사이의 기름칠이 본연이다.
(기록기사를 써주실 정상근 기자님께 죄송..)
공중캠프에서 대충 취한 다음 비오는 홍대앞을 가로질러 오백으로 갔다.
기분이 좋아 간만에 맨발로 춤을 췄는데 무릎이 아팠다.
1분을 못 넘기고 퇴장한다고 청년유니온의 모 조합원님께 까였다.
내 춤은 원래 좀 더 원시적이고 괴이한데,
오백만 해도 음악이 팝이고, 모던하여 스테이지로 나가기보단 좌식 룸에 처박혀있게 된다.
한강 이북에서 춤추기로는 쉬바펍이라는 연대 앞의 작은 술집이 제일인 것 같다.
건 그렇고,
어제 간담회는 기획의 시작이 김사과였다.
김사과는 작품도 뭣도 모를 때 장하준 강의에서 우연히 인사를 나눴는데, 나중에 작품을 보고 헉.
올봄에 김예슬 때문에 또 마주쳤는데 어쩌다 보니 잡지 얘기도 하게 되고 패널로 모시기까지.
김사과는 반이다와 함께 나에게는 좀 특별한 크리에이터인데,
이들의 텍스트가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는 몇 가지 축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김사과는 경쟁과 하위문화에 대한 분석과 정리에서
다른 소설가들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방향 뿐 아니라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자살-살인과 친구구하기, 선점-과시 등등 몇 가지 방식으로
김사과의 <미나>를 설명한 적이 있는데, 아직도 읽으면 새로운 게 나온다.
여튼 '미나'는 최근에 가장 많이 추천하는 소설이다.
(직전까진 시스네로스의 '망고스트리트'였고, 그 전엔 줌파 라히리였다. 연속성은? 글쎄)
여튼 그 김사과로 시작해서 내가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들로 간담회를 꾸렸고
간담회로서의 성과는 각자 다르겠지만 기억할 만한 만남인 건 분명했다.
간담회라는 모양으로 모여서 말도 트고, 어울리는 색채도 구상하면서
나중에 콜라보 작품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마 간담회를 몇 번 더 열게 될 것 같다.
이후에는 구체적인 방향제시를 하는 간담회로 만들까, 이번처럼 안드로메다 스타일로 할까 고민하는 중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펑펑 나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