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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이 부시게
    털어놓기 2019. 5. 7. 22:28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의 김혜자님의 수상소감을 듣고 <눈이 부시게>를 찾아보았다. 김혜자의 마지막 나레이션,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잊을까 두렵다고 고백하는 후반부의 나레이션도 명장면이지만, 나는, <눈이 부시게>의 초반 전환점이 되는, 한지민이 아빠의 죽음을 막기 위해 시계를 되돌리는 장면에서 내 안에 뭔가가 터져 뜨거워진 스스로를 발견했다. 이 장면은 내 삶에 가끔 예고없이 찾아오는 두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나는 <수상한 고객들>에서 사망보험금을 위해 철로로 뛰어드는 고객을 구하려고 사력을 다해 뛰는 류승범, 또 하나는 <인터스텔라>의 초반, 주인공의 픽업트럭이 드론을 좇아 옥수수밭으로 돌진하는 씬이다. 나는 종종 그 장면들을 보며 오열하던 나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제 한 장면이 더해졌다. 

     

    <눈이 부시게>는 이 부박한 나에게도 매 순간 가슴을 저미게 하고, 동시에 충만한 사랑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고, 순간적인 감정으로만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다고 믿고 살았던 삶과 사랑 같은 낱말의 뜻이 무엇인지 조금 더 알게 해 준 작품이었다. 삶, 그리고 사랑은 억겁의 순간을 끊임없이 한 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힘을 다해 일을 바로잡으려 했던 마음들을 일컫는 말임을 배운다. 그리고 그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 바로 나다. 그 마음들의 은혜에 응당 보답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스스로 (우리답게) 살아있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질감은 스스로를 견디지 못하고 삶과 사랑의 마음을 상처입히고 붕괴시키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역시 그 마음의 존재를 반증한다는 것을 <눈이 부시게>는 일깨워 준다. 필요한 것은 뒤틀린 표현이 아니라, 그 마음이 나에게 전해졌음을 일상 속에서 다시 찾아내는 것이고, 그 절실함을 이해해보는 것이다. <눈이 부시게>는 그 절실한 삶과 사랑의 마음을 이해할 때 찾아오는 것이 자유이고, 그 자유의 다른 표현이 바로 자신이 살 만한, 그리고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있음을 기억해내는 것이라는 것을 그야말로 자유롭게, 하지만 동시에, 한없이 촘촘한 설득력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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