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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패하는 이유
    곰곰, 글쎄 2019. 4. 16. 15:53

    2000년에 스무살이 된 까닭에, 내 젊은 시절은 호시절 대신 실패기로 정의되었다. 개인사도 사회적 삶도 얼마나 더 큰 실패인지를 두고 경쟁하는 절망올림픽, 실패올림픽. 사람들과 실패기를 언젠가 단단히 한 번 써야한다는 얘기들을 했었는데,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인간은 실패를 싸구려 술안주로 취급하는 건 좋아하지만, 실패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거기서 운명을 성찰하는 그런 일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으로 돈을 따먹을 때, 마약을 할 때와 같은 뇌부위에 반응이 온다는 얘기가 인사이드 잡에 잠깐 나온다. 우리는 실패에 본능적 두려움을 느낀다. 뇌파와 호르몬이 프로그램된 논리에 의하면 결국 실패란 성공을 설명하기 위한 부연일 뿐이다. 실패를 완벽한 실패로서 마주하는 것, 그런 일이 대중적 기획으로 가능할까? 비판이론은 결국 불가능한 것을 멋진 말로 뭉텅뭉텅 반죽해놓은 지적 판타지가 아닐까? 니가 그거 아니면 대체 뭘 하겠다는 거냐는 얘기를 뒤로 하고 나는 그곳으로부터 떠났다. 

     

    그리고 내 30대는 성공만을 향하는 곳에서의 갈팡질팡이었다. 남은 몇 년 도 그렇게 해서 결국 이쪽이 얘기하는 정착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 지경에 놓여있다. 실패의 세계와 성공의 세계에서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성공의 세계는 오랫동안 번영해서 위계와 메커니즘이 매우 복잡해서 지금 내가 누리는 것이 성공인지 계속 헷갈리게 한다는 것이다. 실패의 동네엔 그게 없다... 작게 망하나 크게 망하나 오링이기 때문에... 그냥 내 실패가 니 실패보다 빡세... 레토릭이 이거 하나 뿐인...

     

    그냥 이쪽이나 저쪽이나 결국 우리가 술자리에서 싸구려로 하는 얘기에 빠져있는 것, 정신줄 놓고 입 터는 재미에 제트기 타고 날아가는 놈 못 보는 것, 그게 우리가 매번 지지고 볶느라 지치지만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기계처럼 쓰레기를 생산하고 그것을 cv에 하나씩 집어넣는 일상으로부터의 탈피. 말로 해법을 얘기하긴 쉽다. 실패의 세계에선 다 부숴버리면 되고, 성공의 세계에선 다 이기면 된다. 그게 만나는 길에 도달할 수 있을까? 별 시덥잖은... 이렇게 술자리 토픽만 또 하나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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