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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는 선거고, 래디칼 간담회..
    아뜰리에 2010. 5. 8. 23:39
    길게 글을 썼다가 그냥 포스트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주 뿐이라 내가 봐도 싫어서.

    기회주의자가 싫다는 글이었다. 난 기회주의자가 싫다. 모처럼 만든 좋은 것들을 한 방에 무용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근데 생각해보니 열받아서 무용한 저주의 글을 쓰게 하는 게 바로 기회주의자의 악점인 것 같다. 무용한 것에 힘들여 대응할 필요는 없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그냥 원하는 것을 하고 싶을 뿐이다. 남을 위해서 뭘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다. 나만을 위해 살지는 말자고 생각하는 편이다. 보고 싶은 세상이 있지만 그것 때문에 매 순간을 배알 없이 살 생각은 절대 없다. 해야 할 이야기는 하고, 하고 싶은 건 일단 꺼내 보고, 결단하고 그런 것이다.

    그건 그렇고, 

    내가 뒤틀린 건지. 꼴에 선거라고 선거 공략, 전략 이런 이야기 하는 넘들이 많은데, 선거가 좋은 스테이지인 건 맞지만 한 달 동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뿌리깊은 문제라면 선거라는 선정성이 독밖에 없는 공산이 될 게 뻔하다. 아무리 중요한 선거라고 해도 모든 역량을 총결집.. 이런 건 본능적으로 좀 싫다. 선거판에 비집고 들어가 붙느냐 선거 밖에 있느냐, 사안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뭐 아직도 털리지 않은 게 남았는지 천안함 이야기 하는 분들 계시던데, 천안함 딱 일주일 보고 나니 도저히 국민 국민 하는 꼴이 견디기 힘들어서 경계도시2를 보기로 했다. 5월에 경계도시2가 서울에서 엄청 걸리는 걸로 알고 있다

    이번에도 다들 대세 대세 시작하길래, 아이고 알았음다.. 전 벌써 찍을 사람 정했다고요.. 매일매일 뉴스보시고, 블로그 탐방하시고, 트위터 뚫어져라 쳐다보시면서도 아직도 투표할 사람 못 정하셨습니까? 부동표 선거전을 하려면 반복 계몽 교육 말고 입체적으로 지지 후보를 도울 방법을 생각해보시던가요. 

    진보 대 보수.  우석훈은 진보찌끄래기들과 놀지 말아야겠다고 몇 번 운을 띠웠는데, 좌파가 보다 뚜렷하긴 하지만 좌파도 어떻게 만드느냐 다른 거고. 여전히 내가 좋아해마지않는 젊은 사람들이 놀 판으로는 충분한 공터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래디칼한 사람들을 모아 간담회를 신나게 하고, 훌륭하게 뒤풀이를 하여 이것을 글로 정리해서 글을 쓰고 뭐 이러고 싶다. 딱 하자고 마음 먹고 보니 래디칼이라는 단어, 친숙하긴 한데 정의가 쉽지는 않다. 뭐, 언어보다 먼저 나간 것이 래디칼이니 어려운 게 당연하다고 위로하며 정의를 해보고 있는 중인데,

    사전을 찾아보면 어원이 뿌리이기도 하고, 화학에서는 전자가 하나밖에 없어서 반응성은 매우 크고 수명은 짧은. 이런 뜻을 가지고 있다. 

    근본적이고 강력한 반응을 준비하는. 목숨을 건 한 판 게임을 앞두고 있는 분위기가 나면서도 태생적인 위트와 창작열을 놓치지 않을 것 같은. 본질적으로 휘발성이 강하지만 다른 것을 태우지 않고는 꺼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러면서도 지극히 일상적일 것 같은, 그러니까 본능적으로 툭 튀어나오는 무엇. 이런 게 래디칼이 아닐까 싶다. 

    야권연합이니 진보연합이니 연합 연합 뭉쳐서 이기자, 이러고 있을 때 래디칼의 수다를 열어서 무슨 도움이 될까. 이런 질문은 별로 해 본 적 없다. 래디칼은 언제나 그 자체로 필요한 존재며, 계속 생각할 거리를 주는 존재기 때문에 래디칼이 어디에 도움이 된다, 이건 래디칼을 보고 이러이러한 것을 집어내자로 앞뒤를 바꿔야 한다.

    오히려 스펙터클을 어떻게 만들까 하는 고민과 더불어 래디칼의 존재를 잊지 않는 것이 래디칼이 있어야 무언가 진보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선거는, 진보 보수 구도로 선거가 짜이니까 보수도 엄청 보수적으로 보이고 진보도 엄청 진보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뭐 그럴리는 없고 예전부터 알던 정당을 지지하는 거고, 선전을 비는 것 뿐이다.

    하여, 어쨌거나 조그만 간담회를 열려고 한다. 우석훈에 노회찬 정도가 와주면 사람이야 많이 오겠지만 우리에겐 또 우리의 스타가 있는 법이니 우리 스타일로 라인업 구상, 섭외는 주말에 좀 쉬고나서.

    라인업을 몇 명한테 들려줬더니 하나같이 이렇게 모이면 얘기를 제대로 하겠냐는 반응이다. 글쎄 난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들이라 그런 걱정은 안되는데, 한편으론 이야기가 안 되는 상황이 더 신선하지 않나 싶은 마음도 생기고, 뭐 그렇다.

    20대 정치의식이니 뭐니 하는 타이틀은 피하려고 한다. 애초부터 난 20대에게 선거용 타이틀이 효과를 얻기 힘들다고 생각해왔다. 이미 많이 봐 온 거기도 하고.. 

    뭔가 우리를 규정할 말이 나이 뿐이냐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일단 택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진보신당이든 뭐든 사람들의 선택항인 거지,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 젊은이가 생각있는 젊은이다, 래디칼이다.. 이런 논법은 본능 수준에서 동의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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