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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우스 푸어와 20대의 문제
    곰곰, 글쎄/20대, 문화, 주거권 2010. 9. 1. 19:23
    2010/07/30 - [곰곰, 글쎄/20대, 문화, 주거권] - 하우스 푸어를 읽고..


    헨드릭스의 오늘 포스팅을 보고, 첨언.

    하우스푸어가 얼마나 망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전에 포스팅(위의 첫번째 링크)한 적이 있으나 이는 하우스푸어들이 망가졌을 때의 대응을 주로 다룬 거라서 첨언하려고 한다.

    부동산 버블이 곧 터진다는 가정 하에, 디버블링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해석인 셈인데, 양승훈이 언급한 정남구 기자처럼 일본에 비해 버블의 크기가 작으므로 국가전체가 받는 타격은 작을 것이라고 진단할 수는 있는데, 

    실제 타격을 받는 일부 베이비붐 세대, 구체적으로 하우스푸어들이 1997년 2008년을 동시에 겪은 세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문제가 좀 더 심각하다고 볼 수도 있다. 세부조건으로 본 하우스푸어는 IMF 때 선지급된 퇴직금에 빚을 얹어 투기성 부동산을 구매한 채, 2008년 세계적 경제위기를 당한 상태. 게다가 그들은 현재 은퇴를 5년 정도 남긴 상태에 놓여있다.

    중산층을 들여다보면, 책이 경고하는 내용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빚을 내고 하우스푸어가 된 베이비붐 세대의 비율이 1~20%정도라 치면(정확한 통계는 불가능하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소위 가족사금융에 의존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므로 전수조사 없이는..), 붕괴현상이 한국경제 전반에 드러날만큼은 아니고, 아마 중산층 하단부에서 국지적으로 그러나 집중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어쨌거나 이 책이 엄청난 일을 한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중산층 일부에 집중된다면, 계급적 움직임은 불가능하고, 따라서 이들은 정치활동이나 빈곤운동의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전통적인 위기극복방식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는 것이 이전 포스팅의 내용이다. 

    즉, '베이비 붐 세대'라는 근대화 한국의 노동력 브랜드는 아마 과거의 신파 알약을 꿀꺽 삼키고, 머리띠를 질끈 묶고 제2의 새마을 운동 같은 형태로 우파식 개발 재건에 앞장서게 될 것이라는 아득한 예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그렇게 허리띠를 졸라 메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베이비 붐 세대라는 특수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하우스푸어들은 '막판에 빚까지 내고 투기꾼 따라간 죄'를 가슴에 안고 반쯤은 쪽팔려서, 반쯤은 왕따당한 채 자책하는 것으로 일을 일단락지을 확률이 높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을 달래기 위해 몇 가지 신파류 정책들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터진 버블의 연착륙이 그리 간단히 되는 문제면 뭐 고민할 필요도 없지.

    결국 이 문제가 이후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거냐 말 거냐는 이 문제를 진보정당이 전면에 내거느냐, 그리고 이들을 진보정당이 안고 가려고 하느냐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현재의 좌파들로서는 신분상승하려고 투기열풍에 뛰어들고, 이익이 나지 않으니 무차별 토건 개발당을 여당으로 뽑아 놓은 이들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고, 좌파 정당들의 전통적 지지세력의 학벌이나 연배, 정치문화를 볼 때도 친화력은 상당히 낮은 게 맞으며, 실제로 이들을 죽게 놔둔 다음, 386부터 꼬득여서 주류 세대를 재정비하는 게 장기적으로도 효율적이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지만.

    첫째, 이들을 놓치면, 징후적으로 자살이나 강력범죄의 증가로 나타나게 될 것 같다는 우려가 있다. 이는 쉽게 일본의 버블 붕괴 후 일어난 초자연적 범죄현상과 사회불안을 보면 된다. 전사회적으로는 나타나지 않을지 몰라도 뇌리에 각인되는 일들은 일어날 수 있다. 2008년 고시원 방화 사건을 시덥쟎게 보는 나라이니만큼 뭐..

    둘째, 20대와의 베이비붐 세대를 연결시켜 보아야 한다. 20대를 최근에는 캥거루족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여기에 대해 친한 친구 하나가 방송 인터뷰에서 '피라미족'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유아사 마코토가 말하는 '다메'의 다양한 형태로든, 노골적인 '사육'의 형태로든 20대-50대의 본딩이 상당히 끈끈하다는 것은 밝혀졌다.

    자, 베이비붐 세대 일부인 하우스푸어가 몰락하면? 위기 극복이라며 새마을운동 하듯이 머리띠 질끈 동여매면? 한국의 좌파들이 착각하고 있는 건, 지금 시끄럽게 날뛰는 20대들이 누구 자식이냐는 거다. 뭐, 관심없으니까 지금처럼 멋대로 날뛰도록 놔두는 건 알겠는데, 한 번 당해봐야 알겠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물론, 그때도 이들을 제물 삼아 386과 386의 자식들로 좌파를 이끌어가면 된다. 전형적인 중산층 좌파운동이 될 것이다. 아마 지지율도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좌파들의 거울보고 투쟁한다는 말이 그때쯤 유행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좌파라고 하는 인간들이 베이비 붐 세대의 정치적, 윤리적 붕괴의 뇌관이 될 수 있는 하우스푸어의 미치고 환장할 상황에 머리는 싸매지 못할 망정 '츤츤'거리기만 하는걸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상당히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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