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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우스 푸어를 읽고..
    곰곰, 글쎄/20대, 문화, 주거권 2010. 7. 30. 02:56

    1.
    어떤 사람에게는 수년 간 피말리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는 이제부터 관심을 좀 갖자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쩌겠냐. 

    2.
    앞으로 부동산에 뛰어들 사람들을 경고하며, 지금 숨죽이며 분노를 참고 있는 사람들을 커밍아웃 시킨 셈인데,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떨려서 혼났으니 일단 새로운 하우스푸어는 상당히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미 하우스푸어인 베이비붐 세대의 상당수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책에 담지 않았다. 하긴 그 누구라도 전국의 하우스푸어에게 "지금 그 집을 팔아라" 라는 주문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3.
    당사자들에게는 권하지 못할 것 같다.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는 내용이다. 평생 번 돈에 빚까지 낸 리스크에 대한 부담은 차치하고, 그게 '투자'라는 합리적 행위였다는 것 자체가 무너졌을 때, 그들은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우스푸어는 결국 베이비붐 세대의 결말에 해당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들의 기-승-전이 그랬던 것처럼 결말도 드라마틱하게 전개될 것이다. 그들에게는 성패보다 그 드라마가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베이비붐 세대의 하우스푸어들을 지탱하는 것은 가오다. 고속성장을 버텨왔다는 가오, 빈부를 모두 경험했고 결국 성공했다는 가오는 모두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가오다. 그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까닭은 다른 것 때문이 아니다. 바로 자신의 인생을 같이 해 온 기준을 한나라당이 계속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 선택이 나쁜 선택이고, 결국 커다란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는 사실 큰 효과는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사실 그들에게는 당해도 같이 당한다는 심리가있어서 국민경제의 위기를 살아낸다는 가오를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위기도 닥치고 보겠다는 게 하나고, 여기에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국가가 국민 다수의 위기를 그대로 두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무의식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긴 그동안 수많은 위기에 뼈를 깎았지만, 동시에 그들은 국가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사람들이기도 하지 않은가. 

    전지구적 위기에서도 어쨌거나 표를 가장 많이 행사하는 그룹 중 하나인 50대 베이비붐 세대의 표를 차지하기 위해 그들의 과거와 싱크로 가능성이 높은 70년대식 희망과 좌절의 세계를 만드는 건 정말이지 최고의 선택이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거다. 50대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문제의 해결과 개인의 영달보다는 남과 같은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안정감이 가장 중요한 거다. 그들은 남과 똑같이 살아왔고, 그 댓가로 선진국이라거나 국민소득 2만불 따위를 포상으로 받았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땅끝까지 떨어졌을 때 화들짝 놀라 각성하기에 그들은 가난이라는 게 뭔지도 아주 잘 알고, 생각보다 적응도 잘 할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위기에 적응하는 강력한 세대로 기억될 것이다. 그거면 된다. 가오가 사니까.

    집권세력은 그들의 노고에 대해 눈물 어린 격려만 해주면 된다. 벌써부터 신파를 부활시키려는 플레이가 나오고 있지 않나? 최저생계비로도 황제처럼 살 수 있다느니 뭐 그런 것 말이다. ㅋㅋ..

    다만, 그들의 가오 때문에 이 사회는 계속해서 그들의 시대를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하우스푸어, 상당히 전략적인 제목이었던 것 같긴 하다. 산업역군 베이비붐 세대에게 '가난한 자'라고 올려붙이다니.. 

    하지만 그런 용기로도 안 된다면? 아마도 이 사회로서는 답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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